왜 또 수직형인가
앤버닉이 2024년 한 해 동안 쏟아낸 신제품이 11종이 넘는다.
솔직히 말하면 "또 나왔어?" 싶었다. 그런데 RG40XXV 화면 사진을 보는 순간 멈칫했다. 수직형에 4인치 IPS, 게다가 가격이 7만 원대라고. 이게 맞나 싶어서 질러봤다.

스펙 한눈에 보기
| 항목 | 사양 |
|---|---|
| 화면 | 4.0인치 IPS, 640×480, 4:3 비율, OCA 풀 라미네이션 |
| AP | Allwinner H700 (Cortex-A53 쿼드코어 1.5GHz) |
| GPU | Mali-G31 MP2 |
| RAM | LPDDR4 1GB |
| 배터리 | 3,200mAh / 최대 6시간 |
| 무선 | Wi-Fi 802.11ac (2.4/5GHz), Bluetooth 4.2 |
| 포트 | USB-C (충전), Micro HDMI (TV 출력), 3.5mm 이어폰 |
| 저장 | microSD 슬롯 2개 (최대 512GB) |
| 가격 | 약 67,000~90,000원 (용량별 상이) |
디자인 — 게임보이 감성 그대로
폼팩터가 딱 게임보이다. 수직형 클래식 레이아웃에 아날로그 스틱이 왼쪽 하단에 달려 있는 구조인데, 손에 쥐었을 때 위화감이 없다.
색상은 세 가지다. 화이트, 투명 블랙, 인디고 블루.

인디고 블루를 골랐는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다. 뒷면이 평평해서 처음엔 손 피로가 좀 걸리는데, 며칠 지나면 적응된다.
버튼 조작감은 클리키하면서 적당히 탄성이 있다. 이전 세대 앤버닉 제품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개선된 느낌이다. 다만 Start/Select 버튼이 셸 안으로 약간 파고드는 구조라 장시간 사용하면 걸리는 경우가 있다.
L2/R2 트리거가 너무 민감하다는 이야기가 리뷰마다 나온다. 실제로 처음엔 헐겁다 싶을 만큼 가볍게 눌렸는데, 게임 자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액션 게임을 주로 하는 편이 아니라서일 수도 있다.

화면 — 이 가격에 이게 말이 돼?
솔직히 말해서 화면이 이 기기의 전부다.
4인치 IPS, 640×480, 4:3 비율. 수치만 보면 대단할 것도 없는데, OCA 풀 라미네이션 처리가 들어가면서 체감이 확 달라진다. 유리와 패널 사이 공기층이 없어서 색감이 바로 눈 앞에 붙어 있는 것처럼 선명하다.
GBA, SNES, 패미컴 타이틀을 켜면 화면이 꽉 차면서 4:3 비율이 딱 맞아 떨어진다. 필러박스(검은 테두리) 없이 출력되는 그 느낌이 작지만 중요한 차이다.
밝기도 실외에서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고, 시야각도 IPS답게 어느 방향에서 봐도 색이 안 변한다.
3.5인치에서 4인치로의 반 인치 차이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실제로 비교해보면 가독성과 몰입감이 체감으로 다르다. 이게 RG40XXV를 사는 이유다.
에뮬레이션 성능
칩셋은 Allwinner H700으로, 이미 여러 앤버닉 기기에 쓰인 것이다. 고성능은 아니지만 검증된 칩셋이다.
| 플랫폼 | 구동 상태 |
|---|---|
| 패미컴 / 슈퍼패미컴 / 게임보이 / GBA | 완벽 |
| 메가드라이브 / 게임기어 / PC엔진 | 완벽 |
| PlayStation 1 | 완벽 |
| 닌텐도 DS | 완벽 |
| 닌텐도 64 | 대부분 양호, 무거운 타이틀은 프레임 드랍 |
| 드림캐스트 | 양호, 3D 집중 타이틀은 최적화 필요 |
| PSP | 미흡 — 기대 낮추는 게 맞음 |
| 새턴 | 불안정 |
PS1까지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포켓몬스터, 파이널 판타지 VII, 록맨 X 시리즈 같은 타이틀은 아무 설정 없이 바로 돌아간다.
N64는 젤다의 전설 오카리나, 마리오 64 같은 타이틀은 잘 돌아가지만 배틀필드나 레이싱 계열 타이틀에서는 가끔 끊긴다. PSP는 2D 중심 타이틀은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어서 복불복이다. 드래곤볼 Z 버스트 리밋 같은 3D PSP 게임은 무리다.
커스텀 펌웨어
기본 OS도 쓸 만하지만, Knulli나 muOS로 올리면 체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두 펌웨어 모두 RG40XXV를 공식 지원한다. muOS는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고 RetroAchievements 연동이 편하다. Knulli는 설정 유연성이 높아서 고급 사용자에게 맞다.
커스텀 펌웨어 설치가 처음이라면 아래 영상이 잘 정리되어 있다.
▶ RetroHandhelds YouTube — muOS / Knulli 설치 가이드
배터리 & 편의 기능
3,200mAh 배터리로 GBA 게임 기준 5-6시간은 무난하게 간다. Wi-Fi를 켜면 약간 줄어들지만 그래도 4시간 이상은 나온다.
충전은 USB-C라 요즘 충전기 그냥 쓰면 되고, Micro HDMI로 TV에 연결하는 것도 된다. 소파에 앉아서 큰 화면으로 레트로 게임 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다.
Wi-Fi + RetroAchievements 연동도 지원된다. 포켓몬 클리어, 록맨 노데미지 같은 도전과제 모드로 즐기면 중독성이 꽤 있다.
아쉬운 점
좋은 것만 쓰면 광고글이니까 솔직하게:
- L2/R2 트리거가 너무 가볍다 — 레이싱이나 슈팅 게임에서 오작동이 간간이 생긴다. 익숙해지긴 하지만.
- 뒷면이 평평하다 — 장시간 잡고 있으면 손이 피로해진다. 그립감보다 디자인을 택한 느낌.
- Start/Select 버튼 위치 — 셸에 약간 파고드는 구조라 빠르게 누를 때 걸린다.
- PSP는 기대하지 말 것 — 타이틀에 따라 다르긴 한데, 메인 기기로는 무리다.
- H700 칩셋 포화 상태 — 2024년에 이 칩셋을 쓴 기기가 얼마나 많은지 알면... 그래도 검증된 칩셋이긴 하다.
총평
솔직한 점수: 8.0 / 10
7만 원 초반에 4인치 OCA 풀 라미네이션 화면, PS1/DS까지 완벽한 에뮬, 커스텀 펌웨어 지원.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화면을 가진 수직형 기기는 달리 없다.
혁신적이진 않다. 칩셋도 오래됐고, 앤버닉이 2024년에 비슷한 기기를 10개 넘게 쏟아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GBA부터 PS1까지를 예쁜 화면으로 편하게 즐기고 싶다" 는 목적 하나로 보면, 이 가격대 최선의 선택이다.
게임보이 감성 그리운 분들, 수직형 좋아하는 분들, 무조건 화면 크고 선명한 게 좋은 분들한테 추천한다.
이 포스팅은 순수 개인 구매 후기입니다. 협찬 없음, 뒷광고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