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내 의지로 간 건 아니었다.
아내는 박효신 공식 팬클럽 소울트리 멤버다. 20년 된, 진성 팬이다. 나는 그냥 남편이다.
"같이 가줘"라는 말 한마디에 이렇게 4월의 인천문학경기장까지 오게 됐다. 근데 다녀온 지금, 솔직히 후회는 없다. 오히려 더 일찍 왔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도착, 그리고 첫 번째 충격

인천문학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규모였다.
PARK HYO SHIN LIVE A & E 2026. 박효신이 7년 만에 여는 단독 콘서트다. 2019년 'LOVERS' 이후 처음이다. 그리고 이번엔 스타디움이다.
국내 남자 솔로 가수가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을 꽉 채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현장에 서니 바로 체감이 됐다. 3만 석 전석 매진. 숫자로 읽을 때와 직접 눈으로 볼 때는 차원이 다르다.
날씨는 도착할 때만 해도 흐렸다. 4월 특유의 꾸물거리는 하늘이었는데, 공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걷히면서 서서히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인증샷 하나 남겨뒀다. 아내가 요청한 거지만, 나도 나중에 이 사진이 고마워질 것 같아서.
굿즈 줄 — 이게 전쟁이구나

경기장 밖 굿즈 판매 줄은 이미 장사진을 이뤘다.
아내 말로는 "최소 공연 4-5시간 전엔 와야 후드집업 살 수 있어" 라고 했는데,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비트라이트(공식 응원 팔찌), 에코백, 포스트카드는 그나마 여유가 있었지만, 후드집업와 키링은 이미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었다. 우리는 간신히 원하는 걸 챙겼다.
줄을 서면서 주변을 보니, 혼자 온 팬들, 커플, 가족 단위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박효신의 음악이 한 세대를 관통했다는 걸 줄 서면서 느꼈다.
아내는 예전 러브콘, 해피투게더 때 구입한 굿즈를 직접 입고 왔다. 옷에서부터 이미 20년의 팬 역사가 느껴졌다. 응원 팔찌를 찬 그 표정이, 평소랑은 달랐다.
공연 시작 — 조명이 꺼지는 순간

오후 6시 20분. 조명이 꺼지자 경기장이 한 번에 술렁였다.
박효신의 입장은 단순하지 않았다. 웅장한 인트로, 그리고 무대 위에 그가 등장하는 순간 3만 명의 응원 팔찌가 동시에 빛났다.
보라색과 파란색 빛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그 장면은, 사진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세트리스트는 신보 A & E의 곡들로 열었고, 중반부엔 연인(LOVERS), Happy Together, Shine Your Light 같은 구작들이 이어졌다.
박효신의 목소리는 라이브에서 더 빛난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음량인데도 배 속에서 무언가가 울리는 느낌. 아내가 왜 20년째 이 사람 팬인지 이해가 됐다.
"팬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것, '직접 들으면 다르다.' 이게 진짜였다."
— DC인사이드 박효신 갤러리 후기 중
저녁이 되며 — 추위와의 싸움
4월의 야외 공연. 낮에는 흐렸다가 서서히 개었다. 진짜 문제는 해가 지고 나서였다.
기온이 확 떨어졌다. 체감온도는 낮에 비해 10도 가까이 차이 나는 느낌이었다. 스타디움은 탁 트인 구조라 바람이 그대로 들어온다.
주변에서도 꽁꽁 싸맨 관객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미리 대비를 해뒀다. 아내는 러브콘 때 산 굿즈 위에 겉옷을 덧입고 손난로도 챙겼다. 나도 두꺼운 패딩을 챙겨갔는데 처음엔 짐스럽다 싶었지만, 공연 중반 이후엔 그게 신의 한 수였다.
엄청 추웠던 건 아니었지만, 아무 준비 없이 왔으면 꽤 힘들었을 거다.
야외 공연 처음 가는 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 4월이라도 저녁 야외는 꼭 겉옷 두껍게 챙겨라. 그리고 핫팩.
주차 — 이건 진짜 최악이었다
솔직히 공연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었는데, 딱 하나. 주차.
운 좋게 경기장 지하 1층에 주차할 수 있었다. 그 부분은 다행이었다.
문제는 돌아갈 때였다. 3만 명이 동시에 빠져나가려고 하면 경기장 주변 도로가 완전히 마비된다. 지하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이미 전쟁이었고, 도로에 올라와서도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차 빼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올 때는 운이 좋았지만, 다음에 또 간다면 무조건 대중교통. 아니면 아예 인근 숙소 잡고 가는 게 낫다. 공연 끝나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고 싶지 않다면.
야생화 — 마지막 장면

앙코르 구간이 끝나갈 즈음, 무대가 다시 한 번 바뀌었다.
그리고 첫 소절이 흘러나왔다. 야생화.
3만 명이 조용해지는 게 느껴졌다. 일제히 응원 팔찌를 차고, 몇몇은 따라 흥얼거렸다.
박효신의 목소리가 스타디움 전체를 감싸는 그 순간이, 솔직히 소름이었다.
아내 옆에서 나도 그냥 숨죽이고 봤다. 말이 필요 없었다.
야생화는 박효신의 대표곡이자, 이 공연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곡이다. 수많은 후기에서 이 장면을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장면"이라고 했는데, 직접 보고 나니 그 말이 이해됐다.
스타디움 전체가 하나의 감정으로 묶이는 경험이었다.
"엔딩 야생화 구간, 3만 명이 동시에 조용해지는 그 순간이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 팬클럽(소울트리) 후기 종합
총평
| 항목 | 평가 |
|---|---|
| 음향 | ★★★★☆ |
| 무대 연출 | ★★★★★ |
| 세트리스트 | ★★★★☆ |
| 현장 분위기 | ★★★★★ |
| 굿즈 | ★★★★☆ |
| 주차 | ★☆☆☆☆ |
박효신 LIVE A & E 2026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었다. 7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온 팬들의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자리였다.
아내가 팬클럽인 덕분에 나는 거기 서 있을 수 있었고, 그 감정의 끝자락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남편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와이프 팬질 무시하지 마라. 거기에 진짜 좋은 게 있다.
다음엔 내가 먼저 가자고 할 것 같다.
박효신 LIVE A & E 2026 ·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 · 2026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