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Mask 지갑을 만들고,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서 지갑으로 옮겨봤다.
여기까지 했다면 솔직히 꽤 한 거다. 처음엔 이것만 해도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근데 딱 이 시점부터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거래소 앱 보다가 USDT가 눈에 밟힌다. "이게 달러랑 같은 건가?" 싶은데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ETH 전송 누르면 수수료가 어떤 날은 500원이고 어떤 날은 3만 원이 뜬다. 왜 이렇게 들쭉날쭉한지 이해가 안 된다. 어디선가 "유니스왑에서 샀다"는 말을 듣는데, 유니스왑이 뭔지는 또 모른다.
이 세 가지 질문이 거의 동시에 온다. 그리고 알고 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스테이블코인 — 코인인데 가격이 안 변한다고?
코인 시장에 오래 있다 보면 USDT, USDC를 쓸 일이 생각보다 많이 생긴다.
처음엔 별 관심이 없다. 가격도 안 변하고, 차트도 재미없고, 딱히 살 이유를 모르겠어서 그냥 넘긴다.
근데 코인을 좀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게 왜 필요한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시장이 갑자기 무너질 것 같은 분위기가 온다. 들고 있는 알트코인을 팔고 싶은데, 원화로 출금하자니 거래소 수수료에 입출금 시간도 걸리고 번거롭다. 이럴 때 그냥 USDT로 바꿔두면 된다. 코인 생태계 안에 머물면서도 시장 등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종의 대피소 같은 역할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지 않고, 항상 1달러 근처에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스테이블(stable, 안정적인)코인'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도 시황이 안 좋을 때는 하루에 5~10% 빠지는 날이 있고, 알트코인은 그보다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도 흔하다. 코인으로만 자산을 들고 있으면 오늘 내 돈이 얼마인지 아침저녁이 다르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불안함에서 잠시 벗어나는 수단이다.
USDT vs USDC, 진짜 다른 건 뭔가
둘 다 1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이다.
쓰는 입장에서는 거의 똑같다고 느껴지는데, 발행하는 곳이 다르고 철학이 조금 다르다.
USDT는 Tether라는 회사에서 만들었다. 시장에 가장 많이 풀려있고 거래소, DEX 어디서든 지원한다. 유동성이 압도적이라 교환이 빠르고 슬리피지(원하는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의 차이)가 적다. 다만 과거에 한 가지 논란이 있었다. "달러를 실제로 1:1로 갖고 있냐"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꽤 시끄러웠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그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USDC는 Circle이라는 회사가 발행한다. 미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고, 준비금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어필한다. 기관 투자자나 DeFi 프로토콜 쪽에서 선호하는 편이다.
일반 사용 입장에서는 크게 고민할 필요 없다. 어디서 쓰느냐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다를 수 있으니 그냥 상황에 맞게 쓰면 된다.
스테이블코인도 100% 안전하지는 않다
한 가지만 알아두면 좋다.
2022년에 UST(테라USD) 라는 스테이블코인이 하루아침에 1달러에서 거의 0원에 가깝게 무너진 사건이 있었다. 코인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였고, 수십조 원이 증발했다.
USDT나 USDC는 달러를 실제로 담보로 갖고 있는 방식이라 UST 같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과는 구조가 다르다. 리스크가 훨씬 낮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니까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은 조심해야 한다.
발행 주체가 망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담보도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아니라, 코인 시장에서 "절대 안전"은 없다는 얘기다.
가스비 — 왜 내 돈 보내는 데 또 돈이 드나
MetaMask에서 처음 전송을 시도하면 수수료 항목에 숫자가 붙어 있다.
어떤 날은 몇백 원이고, 어떤 날은 몇만 원이다. 같은 금액을 보내는데 왜 이렇게 다른지 이해가 안 된다.
이게 가스비(Gas Fee) 다.
처음엔 진짜 황당하다. 내 돈을 내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보내는 건데 왜 수수료를 내야 하나. 은행 이체도 요즘은 무료인데.
원리를 알면 납득이 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전 세계에 분산된 수천 대의 컴퓨터가 돌아가면서 거래를 처리하고 검증한다. 이 작업에는 전기도 들고 연산도 든다. 그 비용을 내는 게 가스비다.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중간 기관이 없는 대신,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참여자들에게 직접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다.
왜 들쭉날쭉한가
가스비는 고정 금액이 아니다. 네트워크가 얼마나 바쁘냐에 따라 실시간으로 달라진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 수가 정해져 있다. 수요가 몰리면 자리 경쟁이 생기고, 가스비를 더 많이 낸 트랜잭션이 먼저 처리된다. 급한 사람일수록 더 많이 내게 되는 구조다.
시장이 크게 움직이는 날 — 비트코인이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날 — 모두가 동시에 뭔가를 하려고 한다. 팔거나, 헷지하거나, 다른 코인으로 옮기거나. 이럴 때 가스비가 평소의 수십 배까지 튄다.
10달러짜리 ETH를 보내려는데 가스비가 30달러가 나오는 상황이 생긴다. 그 순간 진짜 허탈하다.
NFT 민팅 날도 마찬가지다. 인기 있는 프로젝트 민팅이 열리면 수천 명이 동시에 트랜잭션을 날린다. 더 황당한 건, 그렇게 비싼 가스비를 내고 민팅에 실패해도 가스비는 돌려받지 못한다는 거다. 처리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비용이 붙으니까.
반대로 새벽에 네트워크가 한산할 때는 가스비가 몇 센트 수준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급하지 않은 전송이라면 이 시간대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레이어2 — 가스비 문제의 현실적인 해답
이더리움 메인넷에서만 쓰다가는 가스비에 치이는 날이 반드시 온다.
그래서 나온 게 레이어2(Layer 2, L2) 다.
쉽게 설명하면 이더리움 위에 올라탄 고속도로 같은 것이다. 트랜잭션을 한꺼번에 묶어서 처리하고, 그 결과만 이더리움에 기록한다. 이더리움의 보안성은 그대로 쓰면서 처리 비용을 대폭 낮춘다.
대표적인 게 Arbitrum, Base, Optimism이다.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ETH 전송 한 번에 5달러가 든다면, Arbitrum에서는 0.05달러도 안 든다. 같은 코인, 같은 지갑, 같은 화면인데 네트워크만 바꿨을 뿐이다.
요즘 유니스왑 같은 DEX나 DeFi 서비스들은 레이어2를 대부분 지원한다. 자주 트랜잭션을 날리거나 소액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면 레이어2 네트워크를 먼저 세팅해두는 게 낫다. MetaMask에서 네트워크를 추가하는 방법은 MetaMask 지갑 만들기 가이드에 정리해뒀다.
DEX — 거래소 없이 코인을 바꾼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이런 거래소를 CEX(중앙화 거래소) 라고 부른다.
회사가 있고, 서버가 있고, 고객센터가 있다. 내가 계좌를 만들고 코인을 맡기면 거래소가 대신 보관하고 거래를 처리해준다. 익숙한 구조다.
DEX(탈중앙화 거래소) 는 이 중간 회사가 없다.
스마트컨트랙트라는 코드가 알아서 거래를 처리한다. 내 지갑에서 바로 이뤄지고, 회원가입도 신분 인증도 없다. 지갑 연결 하나로 끝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게 유니스왑(Uniswap) 이다.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가장 큰 DEX고, 하루 거래량이 수조 원이 넘는다.
CEX가 있는데 DEX를 왜 쓰나
처음엔 "그냥 업비트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편하고 익숙하고 고객센터도 있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업비트에 없는 코인은 살 수 없다.
CEX는 상장 심사를 거친 코인만 거래된다. 관심 있는 프로젝트 토큰이 국내 거래소에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DEX에서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 배포된 토큰이라면 뭐든 교환할 수 있다. 상장 심사 같은 게 없으니까.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CEX에 올라오기 훨씬 전에 DEX에서 먼저 거래된다.
두 번째, 내 코인이 진짜 내 것이다.
CEX에 코인을 맡기면 그건 거래소 서버에 기록된 숫자다. 거래소가 망하거나, 해킹당하거나, 출금을 막으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2022년 FTX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단순한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안다. 세계 2위 거래소가 며칠 만에 파산했다. 출금 요청이 밀렸고, 많은 사람이 자산을 돌려받지 못했다.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게 아니라는 게 그때 확실히 증명됐다.
DEX는 내 지갑에서 직접 거래가 이뤄진다. 플랫폼이 어떻게 되든 내 자산은 내 지갑에 있다.
유니스왑 처음 써보기
처음 들어가면 생각보다 단순하다.
app.uniswap.org 에 접속하면 스왑 화면이 바로 나온다. Connect 버튼으로 MetaMask 연결하면 준비 끝이다. 위에 내가 갖고 있는 코인을 선택하고, 아래에 받고 싶은 코인을 선택한다. 금액을 입력하면 예상 수령량, 가스비, 슬리피지가 표시된다. 확인하고 Swap 누르면 MetaMask 승인 창이 뜨고, 거기서 한 번 더 확인하면 끝이다.
처음엔 뭔가 거창할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은행 이체보다 간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꼭 챙겨야 한다.
유니스왑 사칭 피싱 사이트가 생각보다 많다. 구글에서 "유니스왑"을 검색하면 광고 영역에 가짜 사이트가 올라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주소창에 직접 입력하거나, 공식 북마크를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DEX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
편한 만큼 책임이 전부 본인한테 있다.
CEX는 상장 심사가 있고, 사기성 짙은 프로젝트는 걸러진다. DEX는 코드를 배포하는 순간 바로 토큰이 생긴다. 쓰레기 토큰도, 러그풀(개발자가 갑자기 유동성 빼버리는 사기)도 아무 제약 없이 올라온다.
모르는 토큰을 살 때는 컨트랙트 주소를 직접 확인하는 게 필수다. 이름이 같아도 주소가 다르면 전혀 다른 토큰이다. 이더스캔(etherscan.io)에서 프로젝트 공식 주소를 확인하고 그걸 유니스왑에 직접 붙여넣는 방식이 안전하다.
그리고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가스비는 그 네트워크의 기본 코인으로 낸다.
이더리움 메인넷과 Arbitrum, Base 같은 L2에서는 ETH로 낸다. Polygon이면 POL, BSC면 BNB다. 네트워크마다 다르다.
문제는 USDT만 들고 있다가 스왑하려고 하면 막힌다는 거다. ETH가 없으면 이더리움/L2 네트워크에서는 가스비를 낼 수 없어서 트랜잭션 자체가 안 된다. 유니스왑을 쓰려면 ETH를 조금은 갖고 있어야 한다. 처음에 이걸 몰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세 개가 이렇게 연결된다
각각 따로 이해하면 잘 와닿지 않는다. 실제 흐름으로 보면 이렇다.
업비트에서 ETH를 산다 → MetaMask로 옮긴다 → 가스비를 내고 유니스왑에서 원하는 토큰으로 스왑한다 → 시황이 흔들릴 것 같으면 USDC로 바꿔서 대기한다 → 다시 기회가 왔다 싶으면 다른 토큰으로 교환한다
이게 DeFi의 기본 사이클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대피소, 가스비는 통행료, DEX는 환전 창구다. 이 세 가지를 이해하면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의 폭이 달라진다.
처음엔 "이걸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해야 하나" 싶다. 근데 한 번 흐름이 익으면 오히려 거래소를 거치는 게 번거롭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무리
이 세 가지를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보다 직접 한 번씩 해보는 게 훨씬 빠르다.
소액으로 좋다. USDT 5달러어치를 USDC로 스왑해본다. 레이어2 네트워크로 바꿔서 가스비가 얼마나 다른지 본다. 이 과정에서 가스비가 왜 저렇게 뜨는지, ETH가 왜 있어야 하는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설명을 열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게 낫다. 코인 공부는 결국 그렇다.
MetaMask 처음 만들기는 MetaMask 지갑 처음 만들기 완전 가이드에,
거래소에서 지갑으로 보내는 법은 코인 사서 내 지갑으로 보내기에 정리해뒀다.